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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구병모 <한 스푼의 시간>

 

 

P. 106

그때 시호의 눈가에서 불규칙하게 난반사되는 눈물이 은결의 인공신경을 파고든다. 일단 하품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 눈물이 슬픔 또는 아픔, 외로움, 그리움, 기쁨, 어디에 해당하는지 은결은 자신이 보유한 상과 일일이 대조해보지만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연산은 포연을 닮은 안개 속을 헤맨다. 난투가 벌어진 듯 배열이 뒤섞이다 희미해지고 이윽고 투명해지는 0과 1들. 감정과 무관한 거라면 그저 만취 상태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모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눈물은 어떤 생리작용보다도 해독이 어렵다. 은결의 인공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간략한 줄거리>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 명정은 마을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일한 자식인 아들은 해외로 이민을 떠난 후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는 소식은 어렴풋 들었으나
서로 왕래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는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된다.

이후 명정 앞으로 아들이 죽기전 보낸 택배를 받게 되는데
택배에 담긴 것을 다름 아닌 '로봇'

살아생전 명정의 아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자체 개발된 생활용 로봇이다.

명정은 아들이 남긴 이 로봇과 함께 생활하게 되며
로봇에게 '은결'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게 된다.

 

명정을 도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해나가는 은결은 점점 인간의 언어, 행동, 감정 등을 학습해나간다.

 

어느 날 명정은 은결에게 137억 년이 넘는 우주의 나이, 지구의 45억 년 나이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 하다고 일러준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질 짧은 시간.

처음에는 객관적으로 입력되는 정보로만 파악하고 분석하던 은결은 어느덧 인공두뇌의 가열한 연산으로는 계산해내고

실행할 수 없을 행동과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설사 불완전 샘플이기에 나타나는 전산상 오류일망정 한 점 얼룩을 마음속에 품은 아이들과

명정에게는 어느새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를 건네는 존재가 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로봇들의 이야기가 더는 낯설지 않다.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

어쩌면 터무니없고 뻔한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소설 <한 스푼의 시간>은 독자들에게 로봇과 인간의 관계성을 뛰어넘어 따뜻한 감정을 전달해준다.

 

 

 

구병모 작가님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등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 역시 재밌는 소설이었다!

 

재미, 감동, 여운 다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추천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