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엄마/아빠 내가 만약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거야?
요새 자녀들 사이에서는 부모님께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유행이다.
답변도 아주 다양한데
바퀴벌레로 변해도 사랑해줘야지,
내자식이니까 그래도 키워야지,
바퀴벌레가 되면 잡아서 죽여야지 등등으로 말이다
카프카 <변신>을 읽다가 위와 같은 질문이 겹쳐 보였다.
변신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어느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매일 6시 30분이면 기차를 타고 출근을 해야하는 영업사원이다.
출근할 시간이 지나도 문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된 가족들과 그의 상사는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다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를 발견하고는 혐오와 경멸의 눈빛을 보내게 된다.
그나마 평소 그레고르를 잘 따르던 여동생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그를 정면으로 마주하지는 않는다)
우유나 치즈를 건네주는 식으로 그를 돌본다.
그가 변해버린 이후, 가족들의 대화도 웃음소리도 단절된 채 집안의 분위기는 어두워져 간다.
어머니, 아버지는 그의 모습의 대면조차 하기 힘들어하고 아버지는 변해버린 아들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나의 해로운 존재로 여기며 사과로 그로고르의 등을 공격하기도 한다.
조금씩 챙겨주던 여동생마저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그레고르가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되자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가족은 그레고르의 존재를 비밀로 한 채 하숙생을 들여 조금의 돈을 벌어보려 하지만 하숙생들에게 그레고르의 존재를 들키게 되면서 가족들이 그레고르를 대하는 태도는 급격히 냉랭해진다.
가족들은 더이상 그레고르를 돌봐줄 마음이 없어지고 그를 성가신 존재로 치부한다.
그레고르 잠자는 고독속에서 상처받으며 점차 기력을 잃어가고 끝내 비극을 맞이한다.
그레고르로부터 해방된 가족들은 밝은 미래를 그리며 이사를 간다.
카프카의 변신은 가능한 해석이 많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벌레로 변하는 외적인 변신을 의미가 아닌 그레고르 자신의 강박, 정신이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와 가족의 갈등을 묘사한 이야기가 된다.
어떤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양력을 잃은 가장이 홀대시되어 몰락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있어서 거의 독자마다 자신만의 해석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카프카의 <변신>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꺼야? 라는 가벼운 질문에 카프카의 <변신>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가족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루아침에 대화도 통하지 않고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잃은 가족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가족,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런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설령 가족이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정용준 <내가 말하고 있잖아> (1) | 2023.09.18 |
---|---|
[책 리뷰]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0) | 2023.04.13 |
[책 리뷰]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 (1) | 2023.04.11 |
[책 리뷰]구병모 <한 스푼의 시간> (1) | 2023.04.10 |
[책 리뷰]김영하 <여행의 이유> (0) | 2023.03.30 |